대화의 기본 원리 Ep 016 10분 대여법, 화면 너머의 연인

대화의 기본 원리  >  흐름 잇기  >  떠난 주의 데려오기  ·  중급

이번 회차 학습 목표: 상대가 휴대폰에 빠져 대화에서 멀어졌을 때 왜 지적할수록 더 멀어지는지 이해하고, 상대의 주의를 빼앗는 대신 빌려 오는 방식으로 대화를 다시 여는 법을 익힙니다. Ep 015가 딴 길로 샌 대화를 본론으로 되돌리는 법이었다면, 이번에는 대화가 아니라 사람이 떠나 버렸을 때 그 사람을 대화로 데려오는 법으로 "흐름 잇기"를 심화합니다.

이번 회차의 한 문장

오늘부터 상대가 화면에 빠져 있을 때 "듣고 있어?"라고 따지지 않고, "10분만 나 좀 빌려줄래?"라고 시간을 빌려 대화를 다시 열게 됩니다.

휴대폰을 보는 연인에게, 무슨 말을 먼저 건네고 계신가요?

많은 사람의 첫마디는 "내 말 듣고 있어?"입니다. 억울함이 담긴 당연한 말이죠. 그런데 이 말은 거의 언제나 대화를 되살리지 못하고, 대화의 주제를 "휴대폰"으로 바꿔 버립니다. 이번 회차의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멀어진 상대를 대화로 데려오는 사람은 주의를 빼앗는 사람이 아니라 빌려 오는 사람입니다. 상대의 화면에 먼저 잠깐 들어가 보고, 시간을 정해 부탁하고, 그 시간의 첫 문장을 상대가 끼어들고 싶은 질문으로 여는 것. 이번 회차에서는 이것을 "10분 대여법"이라 부르겠습니다.

너무 소소해 보이실 수도 있습니다. 결혼 1년 차 부부의 수요일 저녁이 이 소소한 차이로 어떻게 갈렸는지부터 보겠습니다.

"응", "그래", 그리고 "내 말 듣고 있긴 해?"로 시작된 두 번째 싸움

휴대폰에 빠진 상대를 지적하면, 대화는 원래 하려던 이야기가 아니라 "휴대폰을 봤느냐 안 봤느냐"의 다툼으로 바뀝니다. 정작 하려던 이야기는 그 다툼 뒤로 밀려납니다.

수요일 밤 9시, 신혼집 거실. 서른두 살 구다온 씨는 설거지를 마치고 소파 옆자리에 앉았습니다. 게임회사 기획자인 서른세 살 남편 선우진 씨는 축구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고 있었습니다. 다온 씨는 며칠 동안 혼자 품고 있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구다온: 나 요즘 회사 그만둘까 진지하게 고민 중이야.

선우진: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고) 응… 그래.

구다온: 지금 팀장이 바뀌고 나서 계속 버티기가 힘들어서.

선우진: 응, 힘들겠다.

구다온: 너 내 말 듣고 있긴 해? 맨날 휴대폰이야.

선우진: 듣고 있잖아. 팀장 바뀌어서 힘들다며. 왜 또 화를 내.

구다온: "또"? 지난주에도 너 밥 먹으면서 계속 그거 봤잖아.

선우진: 하루 종일 일하고 와서 영상 하나 보는 것도 안 돼?

20분 뒤, 다온 씨는 안방 문을 닫고 들어갔습니다. 거실에는 축구 중계 소리만 작게 흘렀습니다. 회사를 그만둘지에 대한 이야기는 단 한 마디도 더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다음 날 온 메시지, "어제 무슨 얘기 하려던 거야?"에 답하지 못한 이유

휴대폰 때문에 생긴 다툼은 휴대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하려던 이야기를 다시 꺼낼 용기까지 함께 가져갑니다.

목요일 점심, 다온 씨의 휴대폰에 우진 씨의 메시지가 떴습니다. "어제 미안. 근데 무슨 얘기 하려던 거야? 회사 얘기?" 다온 씨는 한참 화면을 보다가 "됐어, 나중에"라고만 보냈습니다. 막상 다시 꺼내려니, 어젯밤의 서운함이 이직 고민보다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돌이켜 보면 우진 씨가 대화를 거부한 건 아니었습니다. "응", "힘들겠다"는 대답도 했고, 다음 날 먼저 묻기까지 했습니다. 문제는 다온 씨가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꺼낸 그 순간, 우진 씨의 주의가 다른 곳에 있었다는 것, 그리고 다온 씨가 그 주의를 데려오려고 꺼낸 첫마디가 고발의 모양이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한 번쯤은 이 저녁의 어느 한쪽에 앉아 보셨을 겁니다. 말을 꺼냈는데 상대의 눈이 화면에 있던 쪽, 혹은 화면을 보다 갑자기 "듣고 있어?"라는 말을 들은 쪽. 연구자들은 이 장면이 생각보다 훨씬 흔하고, 생각보다 깊은 흔적을 남긴다고 말합니다.

관계를 흔든 건 휴대폰 자체가 아니라, 휴대폰을 둘러싼 다툼이었다

연인이 함께 있을 때 휴대폰에 빠지는 행동은 관계 만족도와 관련이 있었지만, 그 연결 고리는 휴대폰 사용 자체보다 휴대폰 사용을 둘러싼 갈등이었습니다. 지적하는 방식이 관계에 남는 흔적을 좌우한다는 뜻입니다.

베일러대의 제임스 로버츠와 메러디스 데이비드는 2016년, 연인 앞에서 휴대폰에 빠지는 행동을 측정하는 척도를 만들고 145명의 성인을 조사했습니다. 이 행동은 관계 만족도를 낮추는 것과 관련이 있었는데, 그 영향은 대부분 "휴대폰 사용을 두고 벌어지는 갈등"을 거쳐 나타났습니다. 관계 만족도가 떨어지자 삶의 만족도와 우울감까지 이어서 흔들렸습니다.

파트너 퍼빙(partner phubbing) — 연인이나 배우자와 함께 있는 동안 휴대폰을 사용하거나 휴대폰에 정신이 팔려 상대를 소홀히 하는 행동입니다. "퍼빙"은 휴대폰(phone)과 무시하기(snubbing)를 합친 말입니다. 우진 씨가 다온 씨의 고민을 들으며 축구 영상에서 눈을 떼지 않은 장면이 전형적인 파트너 퍼빙입니다.

휴대폰 갈등(cell phone conflict) — 한쪽의 휴대폰 사용 때문에 연인 사이에 벌어지는 말다툼과 긴장을 가리킵니다. 로버츠와 데이비드의 연구에서 퍼빙이 관계를 해치는 주된 통로가 바로 이 갈등이었습니다. "맨날 휴대폰이야"와 "영상 하나 보는 것도 안 돼?"가 오간 순간, 부부의 대화는 이직 고민에서 이 갈등으로 옮겨 갔습니다.

불안 애착(anxious attachment) — 가까운 사람에게 버림받거나 소홀히 여겨질까 걱정하는 경향이 강한 관계 방식입니다. 같은 연구에서 이런 경향이 강한 사람일수록 상대의 퍼빙에 더 큰 갈등을 경험했다고 보고됐습니다. 같은 "응"이라도 받는 사람에 따라 무게가 전혀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연구가 주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휴대폰을 보는 행동을 모른 척하라는 게 아닙니다. 그 순간에 대한 반응이 "휴대폰 재판"으로 흐르지 않게 하는 것이 관계를 지키는 길이라는 겁니다.

짧은 한눈팔기가 보내는 신호, "지금 내게 더 중요한 건 이쪽이야"

연인과의 시간을 기기가 잠깐씩 끊는 일은 의도가 없더라도 "무엇이 더 중요한지"에 대한 신호로 읽힙니다. 그래서 짧은 한눈팔기도 반복되면 관계 전체의 온도를 바꿉니다.

브리검영대의 브랜던 맥대니얼과 세라 코인은 2016년, 결혼했거나 동거 중인 여성 143명을 조사했습니다. 대부분이 휴대폰, 컴퓨터, TV 같은 기기가 식사나 대화, 함께하는 여가를 자주 끊는다고 답했습니다. 이런 끊김을 많이 느낀 사람일수록 기기를 둘러싼 갈등이 잦았고, 관계 만족도와 삶의 만족도가 낮았으며 우울감은 높았습니다. 연구팀은 이런 끊김이 의도치 않게 "무엇을 더 소중히 여기는가"에 대한 무언의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테크노퍼런스(technoference) — 기술(technology)과 방해(interference)를 합친 말로, 기기가 일상 속 관계의 대화와 시간을 끊고 끼어드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휴대폰뿐 아니라 TV, 노트북 등 모든 기기가 포함됩니다. 우진 씨에게는 잠깐의 영상이었지만, 다온 씨에게는 "내 고민보다 저 골 장면이 중요하구나"라는 메시지로 읽혔습니다.

밴쿠버의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연구팀도 비슷한 장면을 실험으로 확인했습니다. 라이언 드와이어, 코스타딘 쿠실레프, 엘리자베스 던은 2018년, 30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친구나 가족과 식당에서 식사하게 하면서 무작위로 한쪽은 휴대폰을 테이블에 두게 하고 다른 쪽은 치워 두게 했습니다. 휴대폰을 테이블에 둔 쪽은 더 산만하다고 느꼈고, 그만큼 함께한 시간을 덜 즐겼습니다.

주의 분산(distraction) — 지금 하는 일과 다른 대상으로 주의가 나뉘어 한 곳에 온전히 머물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드와이어 연구팀은 휴대폰이 대화의 즐거움을 낮추는 과정이 바로 이 산만함을 거쳐 일어난다고 봤습니다. 휴대폰을 보는 사람 역시 대화를 덜 즐기게 된다는 점에서, 퍼빙은 한쪽만 손해 보는 일이 아닙니다.

빼앗으려는 사람과 빌려 오는 사람, 연인의 눈은 이 차이에서 돌아온다

주의는 억지로 빼앗으면 방어를 부르고, 정중하게 빌려 달라고 하면 스스로 건너옵니다. 상대가 휴대폰을 내려놓는 결정을 스스로 내리게 하는 사람이 대화의 방향을 쥡니다.

일요일 저녁, 우진 씨는 또 소파에서 휴대폰을 보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게임 커뮤니티의 업데이트 소식이었습니다. 다온 씨는 옆자리에 앉기 전에 속으로 순서를 한 번 정리했습니다. 따지지 않는다. 먼저 들어간다. 시간을 빌린다.

구다온: 뭐 봐? 아, 그 게임 업데이트? 뭐가 바뀌었어?

선우진: 어, 새 지도 나왔는데 이거 우리 팀이 만든 거야. 반응 보는 중이었어.

구다온: 진짜? 반응 좋네. 고생했다. (댓글 몇 개를 같이 읽는다) 우진아, 이거 다 보고 나서 10분만 나 좀 빌려줄래? 요즘 계속 머리에 있는 게 하나 있는데, 네 생각이 제일 궁금해서.

선우진: (휴대폰을 화면이 아래로 가게 소파 팔걸이에 내려놓는다) 지금 해도 돼. 회사 얘기지?

구다온: 응. 너는 작년에 이직할 때, 결정적으로 "이제 옮겨야겠다" 싶었던 순간이 뭐였어?

선우진: 음, 나는 회의에서 내 의견이 세 번 연속 그냥 넘어갔을 때. 그때 알았지. 근데 너는 팀장 바뀌고 나서부터라고 했잖아. 구체적으로 뭐가 제일 힘들어?

10분을 빌렸던 대화는 40분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우진 씨는 다온 씨가 요즘 겪는 일을 처음으로 순서대로 들었고, 두 사람은 "석 달 안에 옮길 곳을 찾되, 그 전까지는 팀장과 면담을 한 번 해 본다"는 계획까지 세웠습니다. 휴대폰은 그동안 한 번도 뒤집히지 않았습니다.

수요일 저녁의 다온 씨는 우진 씨의 주의를 되찾으려고 휴대폰을 공격했고, 대화는 휴대폰 싸움으로 흘러갔습니다. 일요일의 다온 씨는 먼저 우진 씨의 화면 안으로 잠깐 들어갔다가, 시간을 정해 빌려 달라고 했습니다. 휴대폰을 내려놓은 건 우진 씨 자신의 선택이었지만, 그 선택이 일어날 순간과 그다음 대화의 첫 질문을 설계한 사람은 다온 씨였습니다.

핵심 포인트

"듣고 있어?"는 주의를 되찾는 말이 아니라 휴대폰 재판을 여는 말입니다. 상대의 화면에 먼저 잠깐 들어가고, 정해진 시간만큼 주의를 빌려 달라고 부탁하고, 그 시간의 첫 문장을 상대가 대답하고 싶은 질문으로 여세요. 내려놓는 결정은 상대에게, 그 순간의 설계는 나에게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주의

10분 대여법은 한쪽이 늘 참고 맞춰 주라는 기술이 아닙니다. 매번 부탁해야만 대화할 수 있는 관계라면, 그건 대화 기술이 아니라 두 사람이 함께 정해야 할 생활 규칙의 문제입니다. 그럴 때는 차분한 시간에 "저녁 먹을 때만큼은 휴대폰을 저쪽에 두자"처럼 둘이 같이 지킬 약속을 따로 제안하세요. 또 상대가 급한 업무 연락을 처리 중이라면 "10분"을 기다려 주는 것도 존중입니다. 화면 속으로 들어가 보는 것도 가볍게 한 번이면 충분합니다. 상대의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캐묻는 것은 초대가 아니라 감시가 됩니다.

"듣고 있어?" 대신 쓸 세 문장, 오늘 저녁 식탁에서 바로 써 보세요

10분 대여법은 세 개의 문장으로 이루어집니다. 상대의 화면에 먼저 들어가고, 시간을 정해 빌리고, 빌린 시간의 문을 질문으로 여는 순서입니다.

상대의 화면에 먼저 잠깐 들어가기

"뭐 봐? 그거 재밌어?" 상대의 주의와 싸우지 않고, 그 주의가 머무는 곳에 먼저 잠깐 함께 가 봅니다. 상대는 비난받는 대신 관심을 받고, 방어할 이유가 사라집니다. 게임에 빠진 친구에게라면 "몇 판째야? 이번 판 이기고 있어?", 드라마를 보는 가족에게라면 "이거 무슨 내용이야? 저 사람이 범인이야?"로 쓸 수 있습니다.

시간을 정해 주의를 빌리기

"이거 끝나면 10분만 나 좀 빌려줄래? ○○에 대해 네 생각이 궁금해서." "지금 당장 내려놔"가 아니라, 정해진 짧은 시간을 부탁하고 왜 그 사람이어야 하는지를 덧붙입니다. 시간이 정해져 있으면 부담이 줄고, "네 생각이 궁금하다"는 말은 상대를 대화의 필요한 사람으로 초대합니다. 노트북 작업 중인 룸메이트에게라면 "그거 마무리되면 5분만 시간 줄래? 이번 달 관리비 정리 좀 같이 보고 싶어서", 퇴근 후 쉬는 부모님께라면 "뉴스 끝나면 잠깐만 저랑 얘기해 주실래요? 여쭤볼 게 하나 있어서요"로 쓸 수 있습니다.

빌린 시간의 첫 문장을 상대가 답하고 싶은 질문으로

"너는 ○○ 할 때, 결정적인 순간이 뭐였어?" 빌려 온 주의가 다시 화면으로 돌아가지 않게, 첫 문장을 내 하소연이 아니라 상대의 경험을 묻는 질문으로 엽니다. 상대가 자기 이야기를 꺼내며 대화에 발을 딛고 나면, 그다음 내 이야기로 넘어가는 길이 자연스럽게 열립니다. 이사를 고민할 때 연인에게라면 "너는 자취방 옮길 때 뭐 보고 결정했어?", 육아 방식을 의논할 때 배우자에게라면 "당신은 어릴 때 부모님이 이렇게 해 줘서 좋았던 게 뭐였어?"로 쓸 수 있습니다.

오늘의 훈련

오늘 누군가 화면을 보느라 대답이 짧아지면, "듣고 있어?"가 입에 걸리는 순간 멈추고 "뭐 봐?" 한마디로 먼저 그 화면에 잠깐 들어가 보세요. 그다음 "이거 끝나면 10분만 빌려줄래?"로 시간을 정해 부탁해 보세요.

써먹기 좋은 자리: 저녁 식사 뒤 소파, 주말 카페 데이트, 퇴근한 가족과 마주 앉은 식탁.

빌린 10분이 끝나면, 대화가 약속보다 길어졌는지 짧았는지 기억해 두세요. 대부분은 약속보다 길어질 겁니다.

밤 10시가 넘도록 두 사람의 이야기는 이어졌습니다. 소파 팔걸이 위에 엎어 둔 휴대폰의 가장자리로 새 알림 불빛이 한 번 푸르게 번졌다가 조용히 꺼졌습니다. 아무도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았습니다. 거실에는 스탠드 불빛 아래 서로를 향해 기울어진 두 사람의 그림자만 겹쳐 있었습니다.

사람의 주의는 빼앗을수록 멀어지고, 빌려 달라고 청할수록 돌아옵니다.

그런데 모두가 대화에 돌아와 있는데도 흐름이 엉키는 순간이 있습니다. 명절 식탁에서 아버지는 주식 이야기를, 어머니는 사촌 결혼 이야기를, 동생은 회사 이야기를 동시에 꺼낼 때입니다. 세 갈래로 흩어진 이야기를 누구도 서운하지 않게 한 줄로 모으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휴대폰이 곁에 있기만 해도 관계가 식는다? 그 연구는 다시 확인되지 않았다

휴대폰과 관계에 관한 연구는 많지만, 모든 결과가 똑같이 튼튼하지는 않습니다. 10분 대여법이 기대는 근거와, 널리 알려졌지만 흔들린 주장을 함께 짚어 보겠습니다.

근거 정리

연인 앞에서 휴대폰에 빠지는 행동은 관계 만족도 저하와 관련이 있었고, 그 영향은 휴대폰 사용을 둘러싼 갈등을 거쳐 나타났습니다. 불안 애착 경향이 강한 사람일수록 이 갈등이 컸습니다(Roberts & David, 2016).

기기가 연인과의 대화와 시간을 자주 끊는다고 느낀 사람일수록 기기를 둘러싼 갈등이 많고 관계 만족도는 낮았습니다(McDaniel & Coyne, 2016).

식당 현장 실험에서 휴대폰을 테이블에 둔 사람들은 더 산만함을 느꼈고, 그만큼 함께한 식사를 덜 즐겼습니다(Dwyer 외, 2018).

이런 상황이라면 주의

휴대폰이 테이블에 놓여 있기만 해도 처음 만난 사람 사이의 친밀감과 대화의 질이 떨어진다는 2013년 연구가 널리 인용되어 왔습니다(Przybylski & Weinstein, 2013). 그러나 원래 절차를 가깝게 따라 356명을 대상으로 다시 실험한 연구에서는 이 결과가 재현되지 않았습니다(Linares & Sellier, 2021). "휴대폰이 보이기만 해도 관계가 식는다"는 말은 지금으로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이번 회차가 휴대폰 자체보다 휴대폰을 둘러싼 반응에 초점을 둔 이유입니다.

로버츠와 데이비드, 맥대니얼과 코인의 연구는 모두 한 시점의 설문 조사였고, 표본도 각각 145명과 143명의 미국 성인, 그중 후자는 여성만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퍼빙이 관계 불만을 만든 것인지, 관계가 이미 소원해서 휴대폰에 더 빠진 것인지 순서를 가를 수 없습니다.

"10분만 빌려줄래?"라는 방식이 지적하는 방식보다 대화를 더 잘 살린다는 것은 이 연구들을 바탕으로 한 이번 회차의 해석이며, 두 방식을 직접 비교한 실험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단순 존재 가설(mere presence hypothesis) —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고 곁에 두기만 해도 대화의 질과 친밀감이 떨어진다는 주장입니다. 2013년 연구로 널리 알려졌지만 이후 재현 시도에서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아 논란이 있습니다. 휴대폰이 "보이는 것"보다 "쓰이는 것"이 더 분명한 문제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재현 연구(replication study) — 이미 발표된 연구의 절차를 다시 따라 해서 같은 결과가 나오는지 확인하는 연구입니다. 재현되지 않았다고 원래 결과가 틀렸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 효과가 생각보다 약하거나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는 신호가 됩니다. 이 채널이 유명한 연구라도 재현 여부를 함께 짚는 이유입니다.

생각해보기

연인이 대화 중에 휴대폰만 볼 때는 어떻게 말해야 할까?

"듣고 있어?" 대신 "뭐 봐?"로 먼저 그 화면에 잠깐 들어가 보세요. 그다음 "이거 끝나면 10분만 빌려줄래?"로 시간을 정해 부탁하면, 휴대폰 재판 없이 대화를 다시 열 수 있습니다.

나는 서운함을 말할 때 휴대폰을 탓하고 있지 않은가?

최근 연인이나 가족과의 다툼이 원래 하려던 이야기에서 시작됐는지, 휴대폰 이야기에서 시작됐는지 떠올려 보세요. 대화의 주제가 휴대폰으로 바뀐 순간, 하려던 이야기는 뒤로 밀려났을 가능성이 큽니다.

나는 상대의 주의를 빼앗으려 하는가, 빌려 오려 하는가?

상대가 휴대폰을 내려놓는 결정을 스스로 내리도록 시간과 이유를 건넸는지 돌아보세요. 내려놓게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내려놓고 싶어지는 순간을 설계하는 사람이 대화의 방향을 잡습니다.

나도 모르게 상대 앞에서 휴대폰을 보고 있지는 않은가?

오늘 함께 밥을 먹거나 이야기하는 동안 내가 휴대폰 화면을 몇 번 켰는지 세어 보세요. 퍼빙은 받는 쪽만이 아니라 하는 쪽의 즐거움도 줄인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매번 부탁해야만 대화가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때는 대화 기술보다 생활 약속이 필요합니다. 차분한 시간에 "식사 시간만큼은 휴대폰을 저쪽에 두자"처럼 둘이 함께 지킬 규칙을 제안해 보세요.

참고 자료

Roberts, J. A., & David, M. E., 「My life has become a major distraction from my cell phone: Partner phubbing and relationship satisfaction among romantic partners」, Computers in Human Behavior(2016) — 원문 보기

McDaniel, B. T., & Coyne, S. M., 「"Technoference": The interference of technology in couple relationships and implications for women's personal and relational well-being」, Psychology of Popular Media Culture(2016) — 원문 보기

Dwyer, R. J., Kushlev, K., & Dunn, E. W., 「Smartphone use undermines enjoyment of face-to-face social interactions」,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2018) — 원문 보기

Przybylski, A. K., & Weinstein, N., 「Can you connect with me now? How the presence of mobile communication technology influences face-to-face conversation quality」, Journal of Social and Personal Relationships(2013) — 원문 보기

Linares, C., & Sellier, A.-L., 「How bad is the mere presence of a phone? A replication of Przybylski and Weinstein (2013) and an extension to creativity」, PLOS ONE(2021) —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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