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기본 원리 Ep 017 땋아 잇기법, 세 갈래 식탁 대화

대화의 기본 원리  >  흐름 잇기  >  흩어진 이야기 모으기  ·  중급

이번 회차 학습 목표: 여러 사람이 동시에 다른 이야기를 꺼낼 때 대화가 어떤 구조로 쪼개지는지 분석하고, 흩어진 이야기를 공통의 실로 묶어 순서를 세운 뒤 내 이야기까지 자연스럽게 닿게 하는 법을 익힙니다. Ep 016이 한 사람의 떠난 주의를 대화로 데려오는 법이었다면, 이번에는 모두가 대화 안에 있지만 각자 다른 방향으로 말하는 순간을 다루며 "흐름 잇기"를 여러 사람의 대화로 확장합니다.

이번 회차의 한 문장

오늘부터 여러 사람의 이야기가 엇갈릴 때, 내 이야기를 끼워 넣는 대신 흩어진 이야기들의 공통된 실을 먼저 찾아 한 줄로 땋게 됩니다.

명절 식탁은 일 년 중 말이 가장 많은 자리이면서, 정작 하고 싶은 말은 가장 하기 어려운 자리입니다.

추석 전날 저녁 7시, 대구의 오래된 아파트 거실. 서른여덟 도해원 씨는 부모님과 셋이 둘러앉은 상 앞에서 숟가락만 만지작거리고 있었습니다. 해원 씨는 이번 명절에 꼭 할 말이 있었습니다. 다음 달부터 세종의 새 직장으로 옮긴다는 소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상에 올라온 건 잡채와 동그랑땡만이 아니었습니다. 세 갈래의 이야기가 동시에 올라와 있었습니다.

"근데 나도 할 얘기 있는데", 끼어들면 차례가 온다는 착각

여러 사람이 각자 이야기할 때 가장 흔한 대응은 틈을 노려 내 이야기를 끼워 넣는 것입니다. 하지만 끼워 넣은 이야기는 차례를 얻는 게 아니라 네 번째 갈래가 되어 대화를 더 잘게 쪼갭니다.

도만석: 그 반도체 주식 말이야, 내가 작년에 사라고 했잖아. 그때 샀으면 지금 두 배야.

이정순: 그건 그렇고, 막내 이모네 지수 다음 달에 결혼하잖니. 예식장이 호텔이라더라. 축의금을 얼마 해야 할지.

도만석: 축의금이야 대충 하면 되고, 지금 중요한 건 그 주식이 더 오르느냐야.

도해원: 근데 나도 할 얘기 있는데…

이정순: 너는 꼭 결혼 얘기만 나오면 딴소리하더라. 지수가 너보다 열 살이나 어려.

도만석: 그러니까 내 말은, 지금이라도 조금 사 두라는 거지.

아버지는 주식을, 어머니는 사촌의 결혼을, 해원 씨는 자기 소식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세 사람 모두 열심히 말했지만, 누구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해원 씨가 겨우 꺼낸 "나도 할 얘기"는 어머니에게 결혼 얘기를 피하는 딴소리로 들렸습니다.

현관 앞에서 꺼낸 이사 소식, "그걸 왜 이제 말하니"

말할 차례를 끝내 얻지 못한 이야기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가장 나쁜 타이밍에, 가장 짧은 문장으로 튀어나옵니다.

저녁상은 그렇게 세 갈래로 흩어진 채 치워졌습니다. 아버지는 TV 증권 방송을 켰고, 어머니는 이모와 통화를 시작했습니다. 밤 10시, 근처 숙소로 돌아가려고 신발을 신던 해원 씨는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현관에서 말을 꺼냈습니다.

도해원: 아, 참. 나 다음 달에 세종으로 내려가. 회사 옮겼어.

이정순: 뭐? 그걸 왜 이제 말하니. 신발 신으면서 할 얘기야?

도만석: 세종? 거기 아는 사람 하나 없잖아. 우리랑 상의도 없이.

해원 씨는 저녁 내내 말하려 했다고 항변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 입장에서는 딸이 저녁 내내 아무 말 없다가 현관에서 통보한 것이었습니다. 소식은 전해졌지만, 그 소식이 어떤 고민 끝에 나온 결정인지는 하나도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이 식탁을 구조로 뜯어보면, 대화는 이미 세 개로 갈라져 있었다

이 장면의 문제는 누가 말을 많이 했느냐가 아닙니다. 한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실제로는 세 개의 대화가 따로 돌아가고 있었고, 각 대화의 청자가 아무도 없었다는 데 있습니다.

대화 분석 연구자 마리아 에그베르트는 1997년, 네 명 이상이 모인 자리에서 하나의 대화가 두 개 이상의 대화로 갈라지는 과정을 녹음 자료로 분석했습니다. 그는 이 갈라짐이 우연히 생기는 게 아니라, 특정한 발화가 듣는 사람의 방향을 바꾸고 화제를 바꾸면서 참여자들이 함께 만들어 내는 과정이라는 점을 보여 줬습니다.

대화 분열(schisming) — 하나의 대화가 여러 개의 대화로 갈라지는 현상입니다. 큰 모임에서 자연스럽게 작은 대화들로 나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같은 상에 둘러앉은 소수가 각자 다른 이야기를 하면 서로를 듣는 사람이 사라집니다. 도해원 씨의 식탁은 세 명뿐이었는데도 세 개의 대화로 분열되어 있었습니다.

분열 유도 발화(schisming-inducing turn) — 대화가 갈라지는 계기가 되는 한 마디로, 보통 앞의 화제와 이어지지 않는 새 화제를 꺼내며 특정 사람에게 말을 거는 형태를 띱니다. 어머니의 "그건 그렇고"와 해원 씨의 "근데 나도 할 얘기 있는데"가 바로 이런 발화였습니다. 문장 앞의 "그건 그렇고", "근데"는 앞 이야기를 놓고 떠나겠다는 신호입니다.

구조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아버지의 주식 이야기 뒤에 어머니가 "그건 그렇고"로 새 갈래를 열었고, 아버지는 그 갈래를 받지 않고 자기 갈래로 돌아갔습니다. 해원 씨는 두 갈래 어느 쪽에도 대답하지 않은 채 세 번째 갈래를 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세 사람 모두 말하는 사람이었고, 듣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대답 대신 자기 화제로 넘기는 한 마디, 식탁은 그렇게 독백 세 개가 됐다

상대의 말을 받아 더 묻는 대신 내 화제로 곧장 넘기는 반응이 반복되면, 대화는 서로의 이야기를 이어 가는 것이 아니라 차례로 자기 이야기를 늘어놓는 경쟁이 됩니다.

사회학자 찰스 더버는 1979년 저서에서 대화 속 주의를 끌어가는 두 가지 반응을 구분했습니다. 이후 커뮤니케이션 연구자 애니타 벤젤리스티와 동료들은 1990년, 대화의 초점을 자기 쪽으로 계속 끌어오는 행동들을 "대화적 자기애"로 묶어 분석하며, 이것이 한 사람의 성격만이 아니라 대화를 주고받는 방식 속에서 함께 만들어진다고 보았습니다.

대화적 자기애(conversational narcissism) — 대화의 주제를 계속 자기 쪽으로 되돌리고, 다른 사람이 말할 때는 관심 없는 표정을 짓는 등 대화의 주목을 독점하려는 행동 패턴입니다. 벤젤리스티 연구팀은 이것이 개인의 성향만이 아니라 대화를 주고받는 상호작용 속에서 결정된다고 보았습니다. 명절 식탁의 세 사람은 누구도 나쁜 사람이 아니었지만, 서로의 반응이 맞물리며 모두가 자기 이야기만 하는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전환 반응(shift response) — 상대가 꺼낸 화제에 대답하는 척하면서 곧바로 내 화제로 초점을 옮기는 반응입니다. "축의금이야 대충 하면 되고, 지금 중요한 건 그 주식이"라는 아버지의 말이 전형적입니다. 받는 사람은 자기 이야기가 중간에 잘려 나갔다고 느끼고, 다음 기회에 같은 방식으로 되갚게 됩니다.

지지 반응(support response) — 상대의 화제에 머물면서 질문이나 맞장구로 그 이야기가 더 이어지게 돕는 반응입니다. "지수 예식이 호텔이야? 이모 많이 신경 쓰시겠다"처럼 상대의 이야기를 한 걸음 더 끌어냅니다. 이 반응을 먼저 건넨 사람에게, 상대도 다음 순서를 기꺼이 넘겨주게 됩니다.

여기에 한 가지 구조가 더 겹쳐 있었습니다. 대화에서 다음에 누가 말할지를 정하는 규칙입니다. 하비 색스, 이매뉴얼 셰글로프, 게일 제퍼슨은 1974년, 일상 대화에서 말할 차례가 어떻게 넘어가는지를 규칙으로 정리했습니다. 지금 말하는 사람이 다음 사람을 지목하면 그 사람이 말할 차례를 얻고, 지목이 없으면 먼저 입을 연 사람이 차례를 가져갑니다.

현재 화자의 다음 화자 지명(current speaker selects next) — 지금 말하는 사람이 질문이나 호칭으로 다음에 말할 사람을 정해 주는 방식입니다. "엄마는 어떻게 생각해?"처럼 이름을 부르며 묻는 순간, 말할 차례는 그 사람에게 넘어갑니다. 차례를 넘겨주는 사람이 대화의 순서를 설계하는 셈입니다.

자기 선택(self-selection) — 아무도 지목받지 않았을 때 먼저 입을 연 사람이 차례를 가져가는 방식입니다. 목소리가 크거나 말을 빨리 꺼내는 사람이 유리해집니다. 해원 씨의 식탁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선택만으로 돌아갔고, 그래서 가장 조심스러운 이야기를 가진 해원 씨가 끝내 차례를 얻지 못했습니다.

다음 날 점심, 세 갈래를 땋은 사람이 식탁의 순서를 정했다

흩어진 이야기를 모으는 사람은 자기 이야기를 크게 외치는 사람이 아닙니다. 각 갈래를 먼저 받아 주고, 그 갈래들의 공통된 실을 찾아 묶고, 누가 언제 말할지 순서를 정해 주는 사람입니다.

추석 당일 점심, 해원 씨는 다시 부모님 집 상 앞에 앉았습니다. 어젯밤 숙소에서 한참을 생각한 끝에, 이번엔 끼어들지 않기로 했습니다. 예상대로 이야기는 또 두 갈래로 시작됐습니다.

도만석: 아침 뉴스 보니까 그 주식 또 올랐더라.

이정순: 지수네 축의금 말이야, 이모는 30은 해야 한다는데.

도해원: 엄마, 지수 예식이 호텔이라 이모가 신경 많이 쓰이시나 보다. 엄마는 얼마 생각하는데?

이정순: 나는 20 생각했지. 근데 우리 결혼할 때 이모가 해 준 게 있어서.

도해원: 그렇구나. 아빠, 그 주식은 아빠 노후 자금으로 생각하고 사신 거야?

도만석: 그렇지. 연금만으로는 빠듯하니까.

도해원: 듣다 보니 엄마는 축의금, 아빠는 노후 자금. 둘 다 결국 앞날 준비 얘기네. 앞날 얘기 나온 김에, 나도 내 앞날 얘기 하나 해도 돼? 어제 꺼내려다 못 한 거.

이정순: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세종 얘기지? 해 봐. 어젯밤에 아빠랑 그 얘기만 했어.

도해원: 응. 사실 석 달 넘게 고민했어. 지금 회사에서 5년 동안 같은 일만 했는데, 세종 쪽은 내가 계속 하고 싶던 정책 연구 일이거든. 왜 거기로 정했는지 처음부터 얘기할게.

그날 점심은 한 시간 반 동안 이어졌습니다. 아버지는 세종의 집값을, 어머니는 혼자 사는 딸의 끼니를 물었습니다. 질문이 쏟아졌지만, 이번엔 모든 질문이 같은 이야기 위에 있었습니다.

전날 밤 해원 씨는 네 번째 갈래를 열려다 실패했습니다. 이번엔 먼저 어머니의 갈래를 질문으로 받고, 아버지의 갈래를 질문으로 받은 뒤, 두 갈래에서 "앞날 준비"라는 공통의 실을 찾아 묶었습니다. 그리고 그 실에 자기 이야기를 이어 붙이며 말할 순서를 스스로 정했습니다. 이 방식을 이번 회차에서는 "땋아 잇기법"이라 부르겠습니다. 세 가닥의 머리카락을 하나씩 겹쳐 한 줄로 땋듯, 흩어진 이야기를 한 가닥씩 받아 겹친 뒤 그 끝에 내 이야기를 이어 붙이는 방법입니다.

핵심 포인트

여러 갈래로 흩어진 대화에서 내 차례는 끼어들어서 얻는 게 아니라, 다른 갈래를 먼저 받아 주고 그 갈래들을 하나로 묶은 사람에게 돌아옵니다. 묶는 사람이 순서를 정하고, 순서를 정하는 사람이 그 자리의 대화를 이끕니다.

가족 식탁과 회식 자리, 같은 땋기라도 매듭 짓는 손이 다르다

땋아 잇기법의 순서는 같지만, 관계에 따라 갈래를 받는 말투와 공통의 실을 찾는 기준이 달라져야 합니다.

가족 식탁에서는 공통의 실을 감정이나 삶의 단계에서 찾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앞날 준비", "요즘 다들 바쁘다는 얘기"처럼 각자의 이야기를 한 가족의 근황으로 묶어 줍니다. 반면 직장 회식처럼 위계가 있는 자리에서는 윗사람의 갈래를 먼저 받는 것이 순서이고, 공통의 실도 "이번 분기 일정", "다들 프로젝트 얘기네"처럼 일의 맥락에서 찾는 편이 안전합니다. 친구들끼리라면 반대로 가장 조용한 사람의 갈래를 먼저 받아 주는 것이 자리 전체의 균형을 맞춥니다. 세 경우 모두 핵심은 같습니다. 내 이야기는 맨 마지막 가닥으로 땋습니다.

흩어진 채로 두는 편이 나은 대화도 있다

모든 분열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여러 사람이 편하게 쉬는 자리에서는 대화가 작은 무리로 자연스럽게 갈라지는 것이 오히려 모두를 편하게 합니다.

열 명 넘게 모인 큰 명절 자리에서 모든 이야기를 한 줄로 땋으려 하면 오히려 무리하게 사회를 보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이런 자리에서는 작은 무리로 나뉜 대화 중 내 이야기가 필요한 무리 하나를 골라 그 안에서만 땋는 것이 맞습니다. 또 누군가 울음을 참으며 힘든 이야기를 꺼내는 중이라면, 그 갈래를 다른 이야기와 묶는 것 자체가 실례가 됩니다. 그때는 땋지 말고 그 한 가닥에만 머물러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내 이야기가 아주 급하거나 무거운 소식이라면 식탁 대화에 이어 붙이기보다 "식사 끝나고 따로 할 얘기가 있어요"라고 자리를 미리 예약하는 편이 나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주의

다른 사람의 갈래를 받는 질문은 진짜 궁금할 때만 효과가 있습니다. 내 차례를 얻기 위한 형식적인 질문은 금방 티가 나고, 상대는 "어차피 자기 얘기하려고 물어본 거구나"라고 느낍니다. 공통의 실도 억지로 만들지 마세요. 주식과 축의금이 "앞날 준비"로 묶인 것은 실제로 두 이야기가 모두 돈과 미래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연결이 억지스러우면 차라리 "두 얘기 다 듣고 나서, 나도 하나 할게"처럼 순서만 정직하게 예약하세요.

끼어든 저녁과 땋은 점심, 같은 소식이 남긴 전혀 다른 결과

같은 사람이 같은 소식을 같은 가족에게 전했습니다. 달라진 것은 소식을 꺼낸 구조뿐이었고, 그 구조가 결과를 갈랐습니다.

통념대로 말했을 때와 땋아 이었을 때

통념대로 끼어들었을 때

"근데 나도 할 얘기 있는데"로 네 번째 갈래를 열었다가 결혼 얘기를 피하는 딴소리로 오해받음. 소식은 현관에서 한 문장으로 통보되었고, 부모님에게는 상의 없는 일방적 결정으로 남음. 결정의 이유는 하나도 전해지지 않음.

땋아 잇기법을 썼을 때

어머니와 아버지의 갈래를 각각 질문으로 받은 뒤 "앞날 준비"로 묶자, 어머니가 먼저 젓가락을 내려놓고 "해 봐"라며 차례를 넘김. 소식은 석 달의 고민과 이유를 담은 이야기로 전해졌고, 부모님의 질문은 반대가 아니라 걱정과 관심의 질문으로 이어짐.

이 세 문장의 순서를 놓치면, 내 이야기는 또 현관에서 나옵니다

땋아 잇기법은 세 개의 문장으로 연습할 수 있습니다. 갈래를 하나씩 받고, 공통의 실로 묶고, 그 끝에 내 이야기의 차례를 예약하는 순서입니다.

갈래마다 이름을 불러 질문으로 받기

"○○는 그 얘기에서 뭐가 제일 신경 쓰여?" 흩어진 갈래 하나하나에 이름을 불러 질문을 건넵니다. 내 화제로 넘기는 전환 반응 대신 상대의 화제에 머무는 지지 반응을 먼저 주는 것이고, 동시에 다음에 누가 말할지를 내가 지명하는 것입니다. 회식 자리라면 "팀장님, 아까 말씀하신 그 거래처 건은 결국 어떻게 됐어요?", 친구 모임이라면 "민지야, 너 아까 이사 얘기하다 말았잖아. 집은 구했어?"로 쓸 수 있습니다.

흩어진 갈래를 공통의 실로 묶기

"듣다 보니 ○○ 얘기랑 △△ 얘기, 결국 둘 다 □□ 얘기네." 두세 갈래의 이야기를 들은 뒤, 그 이야기들이 공유하는 실을 한마디로 짚어 묶습니다. 각자 따로 놀던 이야기가 한 자리의 공통 화제로 바뀌는 순간입니다. 동기 모임이라면 "누구는 이직, 누구는 대학원, 다들 다음 단계 고민 중이네", 회사 점심이라면 "출장 얘기랑 마감 얘기, 결국 다들 이번 달이 제일 바쁘다는 거네요"로 쓸 수 있습니다.

그 실 끝에 내 이야기의 차례를 예약하기

"□□ 얘기 나온 김에, 나도 하나 해도 될까?" 방금 묶은 공통의 실을 그대로 이어받아 내 이야기를 꺼내도 되는지 묻습니다. 끼어드는 게 아니라 자리 전체가 이미 같은 방향을 보고 있을 때 그 방향의 다음 가닥으로 내 이야기를 올리는 것이라, 모두가 귀를 기울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동기 모임이라면 "다음 단계 얘기 나온 김에, 나도 고민 하나 털어놔도 돼?", 팀 회식이라면 "바쁜 얘기 나온 김에 하나 말씀드리면, 다음 달 일정 조정이 하나 필요해서요"로 쓸 수 있습니다.

오늘의 훈련

오늘 세 명 이상이 함께하는 대화에서 이야기가 엇갈리면, "근데"로 시작하는 문장을 참고 먼저 한 사람의 이름을 불러 그 사람의 이야기를 질문으로 한 번 받아 보세요.

써먹기 좋은 자리: 가족 식사, 동료 서너 명과의 점심, 오랜만에 모인 친구들과의 저녁.

대화가 끝난 뒤, 그 자리에서 "그건 그렇고", "근데"로 시작한 문장이 몇 번이었는지 떠올려 보세요. 그 횟수가 대화가 갈라진 횟수입니다.

오후 4시, 세종으로 돌아가는 기차 시간에 맞춰 해원 씨는 다시 현관에 섰습니다. 어머니는 반찬통이 든 쇼핑백을 건넸고, 아버지는 "집 구하면 사진 보내라"며 신발 끈을 다시 묶어 주는 시늉을 했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직전, 해원 씨는 두 사람이 현관 앞에 나란히 서서 손을 흔드는 모습을 오래 바라봤습니다. 어젯밤 같은 자리에서 등을 돌려 나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뒷모습으로, 해원 씨는 복도를 걸어 나갔습니다.

여러 사람의 대화에서 내 차례는 목소리로 얻는 것이 아니라, 남의 이야기를 먼저 엮어 준 손으로 얻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다 모았는데도, 다음 명절에 아버지가 "세종 같은 데는 괜히 갔다"며 딸의 선택을 정면으로 반박한다면요? 아버지의 걱정에는 공감하면서도 자기 결정을 지키려면, 반박에 맞서기 전에 무엇을 먼저 말해야 할까요?

땋아 잇기법을 떠받치는 연구, 어디까지가 관찰이고 어디부터가 해석일까

땋아 잇기법은 대화 분석 연구 두 편과 커뮤니케이션 연구 한 편, 사회학 저서 한 권을 이어 만든 기법입니다. 각 자료가 실제로 보여 준 범위를 나눠 보겠습니다.

근거 정리

네 명 이상이 모인 대화가 두 개 이상으로 갈라지는 과정은, 듣는 사람의 방향과 화제를 바꾸는 특정 발화를 계기로 참여자들이 함께 만들어 낸다는 분석이 있습니다(Egbert, 1997).

대화의 초점을 자기 쪽으로 되돌리는 행동은 대화적 자기애의 한 모습으로 정리되었고, 이런 패턴은 상호작용 속에서 결정된다고 보았습니다(Vangelisti 외, 1990). 전환 반응과 지지 반응의 구분은 더버의 1979년 저서에서 나왔습니다.

일상 대화에서 말할 차례는 현재 화자가 다음 화자를 지명하면 그 사람에게, 지명이 없으면 먼저 입을 연 사람에게 넘어간다는 규칙이 정리되어 있습니다(Sacks 외, 1974).

이런 상황이라면 주의

에그베르트의 분석은 네 명 이상이 모인 자리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이번 회차의 세 사람 식탁은 엄밀히 말해 그 연구가 다룬 분열과 다른 모습이며, 세 갈래 독백을 "분열"로 읽은 것은 이 개념을 넓혀 적용한 이번 회차의 해석입니다.

색스 연구팀과 에그베르트의 연구는 영어와 독일어 대화를 관찰한 대화 분석 연구이고, 벤젤리스티 연구팀의 연구도 미국 대학생들의 응답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어른의 말을 끊기 어려운 한국의 가족 식탁에서는 지명의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갈래를 먼저 받아 주면 내 차례가 온다"는 효과를 실험으로 비교한 연구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땋아 잇기법은 관찰 연구가 보여 준 대화의 규칙을 실전에 옮긴 해석이며, 도해원 씨의 가족이 하룻밤 사이 이미 세종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사정도 결과에 영향을 주었다는 점을 함께 기억해 두세요.

생각해보기

명절에 가족들이 각자 자기 얘기만 할 때 내 얘기는 언제 꺼내야 할까?

틈을 노려 끼어들기보다, 다른 가족의 이야기를 하나씩 질문으로 받아 준 뒤 그 이야기들의 공통점을 짚어 보세요. 그 공통점의 끝에 내 이야기를 이어 붙이면 모두가 들을 준비가 된 순간이 됩니다.

나는 대답 대신 내 화제로 넘기는 말을 자주 하고 있지 않은가?

최근 대화에서 "그건 그렇고", "근데 나는" 같은 말로 상대의 이야기를 끊고 내 이야기를 시작한 적이 있는지 떠올려 보세요. 그 순간 상대도 다음 기회에 같은 방식으로 되갚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나는 여러 사람의 대화에서 순서를 정하고 있는가, 먼저 입을 열 기회만 노리고 있는가?

이름을 불러 질문을 건네는 순간, 다음에 누가 말할지를 내가 정하게 됩니다. 순서를 정하는 사람이 그 자리 대화의 방향을 잡는다는 점을 기억해 보세요.

세 사람 이야기의 공통점을 찾기 어려우면 어떻게 할까?

억지로 묶지 말고 "두 얘기 다 듣고 나서 나도 하나 할게"처럼 순서만 정직하게 예약해 보세요. 연결이 억지스러우면 오히려 내 이야기가 끼어들기로 들립니다.

중요한 소식을 가족에게 전할 때 왜 마지막 순간에 말하게 될까?

대화 안에서 차례를 얻지 못한 이야기는 자리를 떠나는 순간에 튀어나오기 쉽습니다. 무거운 소식일수록 대화 중간에 차례를 예약하거나, 식사 전에 따로 시간을 잡아 두세요.

참고 자료

Egbert, M. M., 「Schisming: The Collaborative Transformation from a Single Conversation to Multiple Conversations」, Research on Language and Social Interaction(1997) — 원문 보기

Vangelisti, A. L., Knapp, M. L., & Daly, J. A., 「Conversational Narcissism」, Communication Monographs(1990) — 원문 보기

Sacks, H., Schegloff, E. A., & Jefferson, G., 「A Simplest Systematics for the Organization of Turn-Taking for Conversation」, Language(1974) — 원문 보기

Derber, C., 「The Pursuit of Attention: Power and Individualism in Everyday Life」, G. K. Hall(1979)

 

애드센스 본문 상단

본문 중간 연관 글

애드센스 본문 중단

상황별 aper 진단도구

연관글 목록

팔로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