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기본 원리 Ep 007 실타래 질문법, 끊긴 통화를 잇다

대화의 기본 원리  >  질문의 설계  >  상대의 실 붙잡기  ·  초급

이번 회차 학습 목표: 상대의 대답 직후 내가 보이는 첫 반응이 그다음 이야기를 어떻게 바꾸는지 이해하고, 상대가 꺼낸 이야기의 실을 놓치지 않고 계속 말하게 만드는 세 가지 동작을 익힙니다. Ep 006이 질문으로 대화의 축을 옮기는 법이었다면, 이번에는 그 축 위에서 상대의 이야기가 끊기지 않도록 붙잡는 법으로 보완합니다.

이번 회차의 한 문장

오늘부터 "그렇구나" 대신, 상대가 방금 꺼낸 이야기의 가장 구체적인 조각에 반응하는 한마디로 대화를 이어 가게 됩니다.

"그렇구나" 다음에, 당신은 보통 무슨 말을 하시나요?

대부분은 잠깐 머뭇거리다 자기 이야기를 꺼내거나, "그럼 또 연락해"로 전화를 끊습니다. 둘 다 나쁜 뜻은 없습니다. 그런데 그 한 번의 선택이, 상대가 준비해 온 이야기 전체를 서랍 속으로 돌려보냅니다. 오늘은 "그렇구나"라는 네 글자에서 끊긴 한 통의 전화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그렇구나" 뒤의 3초 침묵은, 오랜 친구 사이에도 찾아옵니다

친한 사이라서 대화가 저절로 이어질 거라는 기대는 쉽게 깨집니다. 상대가 큰 소식을 꺼냈을 때 "그렇구나"로만 받으면, 그 소식은 더 갈 곳을 잃고 공중에 멈춥니다.

금요일 밤 10시, 서른둘 채윤서 씨는 퇴근하자마자 소파에 몸을 던지고 휴대폰을 들었습니다. 대학 동기 마소정 씨의 생일이었습니다. 1년 넘게 메시지로만 안부를 나누던 사이라, 오늘은 목소리로 축하해 주고 싶었습니다.

채윤서: 소정아! 생일 축하해. 요즘 어떻게 지내?

마소정: 고마워! 나 사실 이직했어. 지난달부터 작은 출판사 다녀.

채윤서: 진짜? 그렇구나! 대단하다.

마소정: 응, 그렇지 뭐.

3초쯤 조용했습니다. 소정 씨는 윤서 씨가 뭔가 더 물어볼 줄 알고 기다렸고, 윤서 씨는 소정 씨가 뭔가 더 말할 줄 알고 기다렸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서로의 숨소리만 오갔습니다.

여러분도 이 3초를 아실 겁니다. 뭔가 말해야 할 것 같은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그 틈 말이죠. 윤서 씨는 그 틈을 메우기 위해, 가장 손쉬운 재료를 꺼냈습니다. 자기 이야기였습니다.

침묵을 메우려 꺼낸 내 얘기가, 친구의 이야기를 끝내 버렸다

상대의 소식을 받자마자 비슷한 내 이야기로 넘어가면, 대화는 이어지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주인공이 바뀝니다. 상대의 이야기는 그 자리에서 끝납니다.

채윤서: 아, 이직 얘기 나오니까 생각나는데, 나도 요즘 회사 때문에 미치겠어. 이번에 팀장이 바뀌었는데 진짜…

마소정: 헐, 힘들겠다. 어떤 사람인데?

채윤서: 말도 마. 첫 회의부터…

마소정: …아, 윤서야 미안. 나 내일 일찍 나가야 해서. 또 통화하자!

통화는 22분이었습니다. 그중 18분은 윤서 씨의 새 팀장 이야기였습니다. 전화를 끊으며 윤서 씨는 오랜만에 속이 시원했습니다. 소정 씨가 잘 들어 줬으니까요. 그런데 소정 씨가 7년 다닌 회사를 왜 그만뒀는지, 새 출판사에서 무엇을 하는지, 윤서 씨는 하나도 알지 못한 채 전화를 끊었습니다.

이 통화에서 반복된 말은 결국 하나였습니다. "그렇구나." 상대의 소식을 받긴 받았다는 표시였지만, 그 이상 아무것도 붙잡지 않은 말. 그 네 글자 뒤로, 한 친구의 가장 큰 이야기가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두 달 뒤 모임에서, 친구는 다른 사람에게 한 시간을 이야기했다

할 이야기가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야기를 꺼낼 만한 반응을 만나지 못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 차이는 같은 사람이 누구 앞에서 얼마나 말하는지로 드러납니다.

두 달 뒤 대학 동기 모임. 긴 테이블 끝에서 윤서 씨는 맞은편의 소정 씨와, 그 옆에 앉은 또 다른 동기 육하늘 씨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됐습니다.

마소정: 나 출판사로 옮겼잖아. 근데 연봉은 좀 깎고 갔어.

육하늘: 잠깐, 7년 차가 연봉을 깎고?

마소정: 응. 첫날은 명함도 안 나와서, 포스트잇에 이름 써서 가슴에 붙이고 다녔어.

육하늘: 포스트잇에? 대기업 7년 차가? 그 포스트잇 붙이고 있을 때 무슨 생각 들었어?

마소정: 그게 웃긴 게, 창피할 줄 알았거든? 근데 이상하게 신났어. 왜냐하면…

소정 씨는 그 뒤로 한 시간 가까이 이야기했습니다. 전 회사에서 지쳐 가던 마지막 해, 우연히 읽은 책 한 권, 그 책을 만든 편집자에게 보낸 메일, 지금 처음 맡은 원고까지. 모임이 끝날 무렵 소정 씨가 하늘 씨에게 한 말이 윤서 씨의 귀에 박혔습니다. "이 얘기 제대로 한 거 오늘이 처음이다."

윤서 씨는 두 달 전 그 통화를 떠올렸습니다. 같은 사람, 같은 소식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늘 씨 앞에서는 한 시간짜리 이야기가 되었고, 자기 앞에서는 "응, 그렇지 뭐"로 끝났습니다. 차이는 어디에 있었을까요?

바벨라스 연구팀이 보여 준, 듣는 사람이 이야기를 함께 쓴다는 증거

이야기의 질은 말하는 사람 혼자 정하지 않습니다. 듣는 사람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같은 사람이 같은 이야기를 훨씬 잘하기도 하고 훨씬 못하기도 합니다.

캐나다 빅토리아대의 재닛 바벨라스 연구팀은 2000년, 처음 만난 63쌍에게 한 사람이 자기가 겪은 아찔했던 순간을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이 듣게 했습니다. 그리고 듣는 사람이 보인 짧은 반응들을 하나하나 분석했습니다.

맞장구(backchannel) — 상대가 말하는 동안 듣는 사람이 차례를 빼앗지 않고 짧게 보내는 반응입니다. "응", "아", "헐", 고개 끄덕임 같은 것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흔히 부수적인 신호로 여겨지지만, 연구자들은 이 짧은 반응이 이야기의 흐름을 실제로 바꾼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연구팀은 맞장구를 두 종류로 나눴습니다. 둘 다 짧은 반응이지만, 이야기에 미치는 힘이 다릅니다.

일반 반응(generic response) — 고개 끄덕임이나 "음", "그렇구나"처럼 이야기의 어느 부분에 갖다 붙여도 되는 반응입니다. "듣고 있다"는 신호는 되지만, 무엇을 들었는지는 드러나지 않습니다. 윤서 씨의 "그렇구나! 대단하다"가 전형적인 일반 반응이었습니다.

구체 반응(specific response) — 움찔하거나 탄성을 지르거나 표정을 찡그리는 것처럼, 상대가 바로 그 순간 말한 내용에 딱 맞춰 나오는 반응입니다. 이야기의 장면을 함께 그려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말하는 사람은 "제대로 전달되고 있다"고 느낍니다. 하늘 씨의 "잠깐, 7년 차가 연봉을 깎고?"가 바로 구체 반응입니다.

결정적인 발견은 그다음이었습니다. 듣는 사람의 주의를 다른 과제로 흐트러뜨리자 반응 자체가 줄었고, 특히 구체 반응이 크게 줄었습니다. 그러자 말하는 사람도 같은 이야기를 눈에 띄게 서툴게 풀어냈습니다. 연구팀은 듣는 사람을 "공동 화자"라고 불렀습니다.

공동 화자(co-narrator) — 이야기를 듣는 사람도 반응을 통해 그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 가는 참여자라는 관점입니다. 이야기는 한 사람이 준비해 와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이 순간순간 주고받으며 완성된다는 뜻입니다. 소정 씨의 이야기가 윤서 씨 앞에서는 짧고 하늘 씨 앞에서는 길었던 건, 공동 화자가 달랐기 때문입니다.

"대단하다"와 "포스트잇에?"는 전혀 다른 다음 문장을 불러온다

일반 반응 뒤에는 이야기가 다음 사건으로 넘어가고, 구체 반응 뒤에는 방금 한 이야기가 더 깊어집니다. 대화가 끊기지 않게 하려면, 넘어가게 하는 반응이 아니라 머물게 하는 반응이 필요합니다.

캘리포니아대 산타크루즈의 잭슨 톨린스와 진 폭스 트리는 2014년, 실제 대화 기록과 이야기 완성 실험을 함께 분석했습니다. 일반 맞장구 뒤에는 말하는 사람이 새로운 사건으로 넘어가는 경향이, 구체 맞장구 뒤에는 이미 말한 사건을 더 자세히 풀어 주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이어가기(continuation) — 말하는 사람이 방금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다음 사건이나 새 화제로 넘어가는 흐름입니다. "잘 들었어, 다음 얘기 해"라는 신호를 받았을 때 주로 나타납니다. 소정 씨의 "응, 그렇지 뭐"는 이어갈 다음 사건조차 없어서 이야기가 거기서 멈춘 경우였습니다.

덧붙이기(elaboration) — 말하는 사람이 이미 꺼낸 장면으로 되돌아가 세부 사항과 감정을 더해 주는 흐름입니다. 듣는 사람이 특정 장면에 반응할 때 주로 나타나며, 이야기는 옆으로가 아니라 아래로 깊어집니다. "포스트잇에?"라는 반응 뒤에 "창피할 줄 알았는데 신났어"라는 속마음이 나온 것이 바로 덧붙이기입니다.

Ep 000에서 상대의 대답을 이어받는 후속 질문을 짧게 소개했습니다. 이번 회차가 보태는 것은 그 질문이 나오기 직전의 한 박자입니다. 질문을 던지기 전에, 상대가 방금 꺼낸 가장 구체적인 조각에 먼저 반응하는 것. 그 반응이 있어야 뒤이은 질문이 "나를 제대로 들었구나"로 받아들여집니다.

질문해 놓고 내 얘기로 돌아오는 순간, 친구가 잃는 것

상대에게 질문한 뒤 그 대답을 받자마자 내 이야기로 돌아오면, 처음의 질문까지 진심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차라리 처음부터 내 이야기를 하는 편이 낫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앨리슨 우드 브룩스와 마이클 여먼스는 2025년, 이 패턴에 "부메랑 질문"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질문이 부메랑처럼 곧장 질문한 사람에게 돌아온다는 뜻이죠. 참가자의 90% 이상이 이런 질문을 해 본 적도, 받아 본 적도 있다고 답했습니다.

부메랑 질문(boomerasking) — 상대에게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들은 직후 같은 질문에 대한 자기 답을 꺼내는 대화 패턴입니다. 자랑으로 끝나든, 푸념으로 끝나든, 소소한 이야기로 끝나든 결과는 비슷해서, 질문한 사람이 상대에게 관심이 없어 보이고 호감도 떨어졌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로 시작해 18분짜리 팀장 이야기로 끝난 윤서 씨의 통화가 푸념형 부메랑 질문의 모습입니다.

흥미로운 건, 연구팀이 부메랑 질문을 한 사람보다 처음부터 솔직하게 자기 이야기를 꺼낸 사람이 더 호감을 얻었다고 보고한 점입니다. 내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질문을 내 이야기의 발판으로 쓰는 것이 문제라는 뜻입니다. 친구가 잃는 건 발언 시간이 아니라, "내 얘기가 궁금해서 물어본 거구나"라는 믿음입니다.

포스트잇 한 장에 반응하자, 이야기의 방향을 쥔 건 듣는 쪽이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말하는 사람이지만, 그 이야기가 어느 장면으로 깊어질지는 듣는 사람이 정합니다. 어떤 조각에 반응하고 어떤 조각에 질문할지 고르는 쪽이 대화의 방향을 쥐고 있는 겁니다.

모임 다음 주, 윤서 씨는 다시 소정 씨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번엔 한 가지만 마음먹었습니다. 소정 씨가 꺼낸 이야기의 실을, 내 쪽으로 감지 않고 끝까지 붙잡고 있기.

채윤서: 소정아, 지난번 모임에서 하늘이한테 하는 얘기 옆에서 들었는데, 나 그거 전화로 제대로 못 들은 게 계속 걸리더라. 출판사 간 지 이제 석 달이지?

마소정: 응, 딱 석 달. 이번 주에 처음 맡은 원고가 인쇄소 들어갔어.

채윤서: 잠깐, 벌써? 석 달 만에 네 손으로 만든 책이 나온다고?

마소정: 응! 근데 마지막 교정 보다가 오타 하나를 인쇄 직전에 찾았거든. 새벽 두 시에 혼자 사무실에서 소리 질렀어.

채윤서: 새벽 두 시에 혼자? 그 오타 찾은 순간 제일 먼저 무슨 생각 났어?

마소정: 웃긴데, "아, 나 이 일 진짜 좋아하는구나"였어. 전 회사에선 실수 찾으면 짜증부터 났는데…

마소정: 아 근데 너는 요즘 어때? 그 팀장은 좀 괜찮아졌어?

채윤서: 나는 그럭저럭. 적응하는 중이야. 근데 전 회사에선 짜증부터 났다는 거, 그 얘기 좀 더 해 줘. 뭐가 그렇게 달랐어?

그날 통화는 40분이었습니다. 이번엔 그중 35분이 소정 씨의 이야기였습니다. 윤서 씨가 한 말은 대부분 짧았습니다. "새벽 두 시에 혼자?", "그 순간 무슨 생각 났어?", "그 얘기 좀 더 해 줘." 하지만 소정 씨의 이야기가 오타에서 속마음으로, 속마음에서 전 회사와의 차이로 깊어진 건 전부 그 짧은 말들이 정한 방향이었습니다.

가장 결정적인 순간은 소정 씨가 "너는 요즘 어때?"라고 되물었을 때였습니다. 두 달 전의 윤서 씨라면 그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 팀장 이야기를 쏟아냈을 겁니다. 이번엔 한 문장으로 짧게 답하고, 실을 다시 소정 씨에게 돌려주었습니다.

이번 회차에서는 이 방식을 "실타래 질문법"이라 부르겠습니다. 상대가 꺼낸 이야기를 하나의 실로 보고, 그 실을 내 쪽으로 감지 않은 채 끝까지 붙잡고 따라가는 겁니다. 동작은 세 가지입니다. 구체 반응으로 실을 잡고, 그 실 한 가닥에 질문하고, 되물음이 오면 짧게 답한 뒤 실을 돌려준다.

핵심 포인트

대화가 끊기는 건 질문이 없어서가 아니라, 상대가 꺼낸 실을 내가 내 쪽으로 감아 버리기 때문입니다. 가장 구체적인 조각에 먼저 반응하고, 그 조각에 질문하고, 되물음에는 짧게 답한 뒤 실을 돌려주세요.

이런 상황이라면 주의

실타래 질문법이 "내 이야기는 절대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닙니다. 친구 사이는 서로 털어놓는 균형 위에 서 있고, 상대가 진심으로 내 근황을 궁금해할 때까지 계속 피하면 오히려 벽을 세우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상대의 이야기가 충분히 깊어진 뒤라면, 내 이야기는 발판이 아니라 선물로 꺼내면 됩니다. 또 상대가 짧게 답하며 화제를 바꾸고 싶어 하는 신호를 보낸다면, 그 실은 놓아주는 것이 맞습니다.

필요한 건 더 좋은 질문이 아니라, 실을 놓치지 않는 세 가지 동작

실타래 질문법은 세 문장으로 연습할 수 있습니다. 모두 상대가 방금 한 말 안에서 재료를 찾는 문장입니다.

가장 구체적인 조각을 되받아 반응하기

"잠깐, ○○이라고?" 상대의 말 중 가장 의외이거나 생생한 단어 하나를 골라 감정을 실어 되돌려 줍니다. "대단하다", "그렇구나" 같은 어디에나 쓸 수 있는 말 대신, 그 이야기에만 쓸 수 있는 말을 고르는 겁니다. 직장 동료라면 "잠깐, 발표 30분 전에 파일이 날아갔다고요?", 어머니와의 통화라면 "엄마, 시장에서 그 할머니를 또 만났다고?"로 바꿔 쓸 수 있습니다.

그 조각 한 가닥에만 질문하기

"그 순간 제일 먼저 무슨 생각이 났어?" 새 화제로 넘어가는 질문 대신, 방금 반응한 그 장면 안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는 질문입니다. 사건보다 그때의 생각이나 감정을 물으면 이야기가 옆이 아니라 아래로 깊어집니다. 연인에게라면 "그 말 들었을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이 뭐였어?", 거래처 담당자에게라면 "그 결정 내리실 때 제일 오래 고민하신 부분이 뭐였어요?"로 쓸 수 있습니다.

되물음에는 한 문장으로 답하고 실 돌려주기

"나는 그럭저럭이야. 근데 아까 그 ○○ 얘기 좀 더 해 줘." 상대가 예의상 되물었을 때 부메랑처럼 내 이야기로 넘어가지 않고, 짧게 답한 뒤 상대가 하던 이야기로 돌아가는 문장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동기 모임이라면 "나야 똑같지. 근데 아까 제주 한 달 살기 얘기, 거기서 제일 좋았던 게 뭐야?", 부모님께라면 "저는 잘 지내요. 근데 아빠 요즘 배우신다는 목공, 뭐 만드셨어요?"로 쓸 수 있습니다.

오늘의 훈련

오늘 누군가 근황을 이야기하면, "그렇구나"가 입에서 나오려는 순간 멈추고 그 사람이 말한 가장 구체적인 단어 하나를 "잠깐, ○○이라고?"로 되돌려 주세요.

써먹기 좋은 자리: 오랜만에 연락 온 친구와의 통화, 점심시간 동료의 주말 이야기.

상대가 "너는 어때?"라고 되물으면, 오늘만은 한 문장으로 답하고 상대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세요. 그 뒤 대화가 얼마나 길어졌는지 기억해 두세요.

통화를 끊은 윤서 씨는 휴대폰 달력을 열었습니다. 토요일 오후 칸에 친구가 잡아 준 소개팅 일정이 적혀 있었습니다. 오래 알던 친구의 실은 붙잡을 수 있었지만,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는 어떤 실부터 잡아야 할지 아직 알 수 없었습니다.

대화를 잇는 힘은 새 질문을 던지는 재주가 아니라, 상대가 꺼낸 실을 끝까지 쥐고 있는 인내입니다.

그런데 처음 만난 사람이라면 어떨까요? 소개팅 자리에서 "무슨 일 하세요?" 한마디에 분위기가 식어 버린다면, 똑같은 질문이 어떤 때는 가볍고 어떤 때는 무거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기까지는 확인됐고, 전화 너머에서는 조건이 조금 달라진다

실타래 질문법의 세 동작은 각각 다른 연구 위에 서 있습니다. 확인된 범위와, 오늘의 사례에 그대로 옮기기 어려운 지점을 나눠 보겠습니다.

근거 정리

처음 만난 63쌍의 대화에서 듣는 사람은 일반 반응과 구체 반응을 보였고, 듣는 사람의 주의를 흐트러뜨리자 특히 구체 반응이 줄면서 말하는 사람의 이야기도 눈에 띄게 서툴러졌습니다(Bavelas 외, 2000).

실제 대화 분석과 이야기 완성 실험에서 일반 맞장구 뒤에는 새 사건으로 넘어가는 흐름이, 구체 맞장구 뒤에는 앞선 사건을 더 풀어 주는 흐름이 나타났습니다(Tolins & Fox Tree, 2014).

질문한 뒤 곧바로 자기 답을 꺼내는 부메랑 질문은 매우 흔했고, 처음부터 솔직하게 자기 이야기를 한 경우보다 호감을 덜 받았습니다. 이 결과는 미국, 영국, 홍콩 참가자에게서 함께 살펴봤습니다(Brooks & Yeomans, 2025).

이런 상황이라면 주의

바벨라스 연구는 얼굴을 마주 보는 대화였고, 움찔하거나 찡그리는 표정 같은 반응이 중요한 몫을 했습니다. 전화 통화에서는 이런 표정이 전해지지 않으니, 목소리로 된 구체 반응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또 연구 참가자들은 처음 만난 사이였기 때문에, 오래된 친구 사이의 대화에 효과가 똑같이 나타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톨린스와 폭스 트리의 연구 중 일부는 대화 기록을 읽은 사람들이 다음 흐름을 예측하는 실험이었습니다. 실제 대화에서 구체 반응이 언제나 덧붙이기를 불러온다고 보기보다는, 그쪽으로 기울게 만드는 경향으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부메랑 질문 연구의 상당 부분은 글로 된 대화 상황을 읽고 판단하는 방식이었고, 실제 대화를 관찰한 연구는 일부였습니다. 친한 친구 사이에서는 서로 털어놓는 균형 자체가 관계의 신호이기도 하니, "내 이야기는 하지 말라"가 아니라 "질문을 내 이야기의 발판으로 쓰지 말라"로 받아들이는 것이 맞습니다.

생각해보기

"그렇구나" 다음에 대화가 끊기는 이유는 뭘까?

최근 "그렇구나"로 받은 대화 하나를 떠올려 보세요. 그때 상대가 한 말 중에 반응할 수 있었던 가장 구체적인 단어가 무엇이었는지 찾아보세요.

나는 질문해 놓고 내 얘기로 돌아가고 있지 않은가?

최근 "주말 어땠어?" 같은 질문을 던진 뒤 내 주말 이야기를 몇 문장 만에 꺼냈는지 떠올려 보세요. 내 이야기가 하고 싶다면, 질문 없이 솔직하게 먼저 꺼내는 편이 낫습니다.

나는 이 대화의 방향을 정하고 있는가, 흘러가게 두고 있는가?

상대의 이야기 중 어떤 장면을 더 깊이 듣고 싶었는지 스스로 골랐는지 돌아보세요. 반응할 조각을 고르는 순간, 듣는 사람도 대화의 방향을 정하고 있는 겁니다.

친구가 "너는 요즘 어때?"라고 되물으면 어떻게 답해야 할까?

상대의 이야기가 아직 한창이라면 한 문장으로 짧게 답하고, 상대가 하던 이야기로 돌아가 보세요. 상대의 이야기가 충분히 깊어진 뒤라면 그때 내 이야기를 편하게 꺼내면 됩니다.

전화 통화에서는 어떻게 반응해야 잘 듣는 것처럼 느껴질까?

표정이 보이지 않는 통화에서는 "음", "응"만으로는 듣고 있다는 신호가 약합니다. 상대가 한 말의 핵심 단어를 목소리에 감정을 실어 되돌려 주는 구체 반응을 한 번 더 늘려 보세요.

참고 자료

Bavelas, J. B., Coates, L., & Johnson, T., 「Listeners as co-narrator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2000) — 원문 보기

Tolins, J., & Fox Tree, J. E., 「Addressee backchannels steer narrative development」, Journal of Pragmatics(2014) — 원문 보기

Brooks, A. W., & Yeomans, M., 「Boomerasking: Answering your own questions」,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2025) —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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