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26. 세 글자가 모두 다른 두 사람, HQDN 성향과 CQSL 성향이 부딪치는 지점과 한 글자 먼저

APER 대화유형 진단 › 두 사람의 글자가 부딪칠 때 › HQDN 성향과 CQSL 성향, 세 글자가 모두 다른 두 사람 · 실전

세 글자가 모두 다른 사람과는 세 가지를 한꺼번에 맞출 수 없습니다. 한 번에 하나씩입니다.

Ep 22부터 Ep 25까지는 네 글자 가운데 한 글자만 다른 두 사람을 봤습니다. 이번에는 APER 진단 도구가 '차이 큼'으로 분류하는 조합입니다. 반응 속도만 같고, 듣는 초점과 말하는 방식과 푸는 시점이 모두 반대인 두 사람이죠.

그중에서도 Ep 14에서 따로 다루겠다고 남겨 둔 쌍을 꺼냅니다. 느낀 대로 바로 말하고 곧 풀어내는 HQDN 성향, 솔직한 분위기 메이커와, 농담처럼 던지고 무거운 이야기는 미루는 CQSL 성향, 가볍게 던지는 재치꾼입니다. 둘 다 말이 빠르고 분위기를 살릴 줄 압니다. 그래서 처음엔 잘 맞는 것처럼 보이다가, 한 번 어긋나면 세 군데가 동시에 어긋납니다.

이번 회차의 학습 목표

  • 세 축이 동시에 어긋날 때 갈등이 서로를 키우는 구조를 짚는다
  • 상대의 입장을 상상하는 것보다 직접 묻는 것이 정확하다는 연구를 이해한다
  • 한 번의 대화에서 한 글자만 맞추고 나머지는 묻는 한 글자 먼저를 익힌다

앞의 네 회차가 축 하나씩의 약속을 다뤘다면, 이번 회차는 그 약속들을 언제, 어떤 순서로 꺼낼지 정하는 자리입니다. Ep 22~25를 종합하는 심화 회차입니다.

농담 한 줄, 직구 한 줄, 그리고 2주의 침묵

마케팅팀 월요일 주간회의. 하윤재 과장이 새 캠페인 아이디어를 20분째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목소리에 열이 올라 있었고, 슬라이드는 아직 절반이 남아 있었죠. 그때 주다현 대리가 웃으며 한마디를 던졌습니다.

주다현
"과장님 열정 덕분에 오늘도 점심은 회의실에서 먹겠네요, ㅎㅎ"

하윤재
"다현 대리님, 지금 그거 저 돌려 까는 거죠? 할 말 있으면 똑바로 하세요."

주다현
"…아, 농담이었어요. 죄송합니다."

회의실이 얼어붙었습니다. 회의가 끝나고 5분 뒤, 윤재가 다현의 자리로 찾아갔습니다. "아까는 내가 좀 셌다, 미안해요! 근데 진짜 하려던 말이 뭐예요? 지금 얘기해요." 다현은 모니터를 보며 "아니에요, 괜찮아요"라고만 답했습니다.

윤재는 그걸로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로 사과했고, 다현도 괜찮다고 했으니까요. 그 뒤 2주 동안 다현은 회의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셋째 주, 팀장에게 메일 한 통이 갔습니다. 주간회의 시간이 너무 길어 업무에 지장이 있다는 것, 그리고 하 과장님과의 협업이 조금 어렵다는 것.

"상대 입장에서 생각해 봐"는 왜 두 번 다 틀렸을까

이런 갈등 앞에서 가장 흔한 조언은 이것입니다. 상대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라고. 실제로 두 사람 모두 그렇게 했습니다. 윤재는 다현의 입장을 상상했고 '저 사람은 내 열정을 비웃고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다현도 윤재의 입장을 상상했고 '저 사람은 나를 싫어한다'고 결론 내렸죠. 둘 다 틀렸습니다.

이 장면이 다른 갈등보다 유독 빨리 꼬인 이유는, 세 축의 어긋남이 한꺼번에 일어나 서로를 키웠기 때문입니다.

첫째, 내용의 말이 마음에 대한 공격으로 들렸다

내용을 먼저 보는 다현이 하려던 말은 회의 구조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20분째 이어지는 설명, 점심까지 밀리는 회의. 하지만 마음을 먼저 보는 윤재에게 그 말은 '당신의 열정이 우스워'라는 마음에 대한 평가로 들렸습니다. 듣는 초점이 어긋난 첫 지점입니다.

둘째, 농담 포장과 정면 직구가 서로를 적대로 읽었다

돌려 말하는 다현은 무거운 이야기를 농담에 실었습니다. 그게 다현 나름의 배려였죠. 그런데 그대로 말하는 윤재는 농담에 실린 뼈를 알아채는 순간 그것을 비겁한 공격으로 받았고, 여러 사람 앞에서 정면으로 되받았습니다. 다현에게는 그 직구가 공개 망신이었습니다. 각자의 방식이 상대에게는 정확히 무례로 읽힌 겁니다.

셋째, 5분 만의 사과가 추격이 됐다

바로 푸는 윤재는 5분 만에 사과하러 갔고, 그 자리에서 진짜 이야기까지 듣고 싶어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푸는 다현에게 그 방문은 화해가 아니라 두 번째 압박이었죠. "지금 얘기해요"라는 말 앞에서 다현이 할 수 있는 건 "괜찮아요"뿐이었고, 진짜 이야기는 2주 뒤 팀장에게 가는 메일이 되었습니다.

세 어긋남은 따로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마음으로 들은 윤재가 직구로 되받았고, 그 직구 때문에 다현은 더 깊이 물러났으며, 물러난 다현을 윤재는 더 빨리 쫓아갔습니다. 한 글자의 어긋남이 다음 글자의 어긋남을 부른 겁니다.

상대의 마음은 상상하는 것보다 물어보는 것이 정확하다

사회심리학자 탈 에얄, 메리 스테펠, 니컬러스 에플리는 2018년, '상대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는 조언이 정말로 상대를 더 정확히 이해하게 만드는지 25개의 실험으로 검증했습니다. 표정이나 자세에서 감정 읽기, 가짜 미소와 진짜 미소 구별하기, 거짓말 알아채기, 배우자의 취향과 생각 예측하기 같은 과제였죠.

관점 취하기(perspective taking)

상대의 처지에 나를 놓고, 상대가 무엇을 생각하고 느낄지 머릿속으로 상상해 보는 것입니다. 이미 내가 가진 정보로 상대의 마음을 추론합니다.

관점 얻기(perspective getting)

상대에게 직접 묻고 듣는 대화를 통해 상대의 생각과 감정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얻는 것입니다. 에얄과 동료들이 관점 취하기와 대비해 제시한 개념입니다.

결과는 많은 사람의 기대를 뒤집었습니다. 사전 조사에서 사람들은 대부분 상대 입장을 상상하면 더 정확해질 거라고 예상했지만, 25개 실험 어디에서도 관점 취하기가 정확도를 일관되게 높인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오히려 정확도가 조금 떨어지는 경향이 있었고, 확신만 높아지기도 했죠. 반면 마지막 실험에서 상대에게 직접 묻고 들은 사람들은 정확도가 높아졌습니다. 논문 제목이 결론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관점을 취하는 게 아니라 얻어야 한다.

세 글자가 모두 다른 두 사람에게 이 결과는 특히 중요합니다. 상대의 입장을 상상할 때 우리가 쓰는 재료는 결국 내 방식입니다. 마음으로 듣는 윤재가 다현을 상상하면 '마음을 공격하는 사람'이 나오고, 돌려 말하는 다현이 윤재를 상상하면 '대놓고 미워하는 사람'이 나옵니다. 글자가 다를수록 상상은 더 멀리 빗나갑니다. 확신은 높아진 채로요.

한 글자 먼저, 하나는 맞추고 나머지는 묻는다

세 축이 동시에 어긋날 때 Ep 22~25의 기법을 한꺼번에 다 꺼내면, 대화는 절차만 남습니다. 한 글자 먼저는 그 대화에서 가장 크게 어긋난 글자 하나만 골라 상대에게 맞추고, 나머지 두 글자는 상상하지 않고 묻는 기법입니다. 다음 대화에서는 상대가 내 글자 하나에 맞춥니다.

한 글자 먼저의 세 요소

1. 오늘의 한 글자 · 이번 갈등에서 가장 크게 어긋난 축 하나를 골라, 그 축에서만 상대 방식에 맞춘다
(윤재가 다현의 푸는 시점에 맞춘다) "지금 말고, 목요일 오후에 30분만 얘기해요."

2. 나머지는 묻기 · 상상한 상대의 의도를 말하지 않고, 질문 하나로 확인한다
"아까 그 말, 회의 길이 얘기였어요, 아니면 저에 대한 얘기였어요?"

3. 다음은 상대 차례 · 다음 대화에서는 상대가 내 글자 하나에 맞춘다
(다현이 윤재의 말하는 방식에 맞춘다) "다음부턴 농담 말고 그냥 말할게요. 회의는 40분 안에 끝났으면 좋겠어요."

첫 번째 요소는 어긋남의 연쇄를 끊습니다. 세 축이 서로를 키웠다면, 하나만 풀어도 나머지의 압력이 줄어듭니다. 이 장면에서는 푸는 시점이 가장 큰 고리였습니다. 윤재가 '지금'을 내려놓는 순간, 다현은 더 이상 물러날 이유가 없어지죠.

두 번째 요소는 연구가 말한 관점 얻기를 대화 한 문장으로 옮긴 것입니다. "저 비웃는 거죠?"는 상상한 결론을 들이민 말이고, "회의 길이 얘기였어요, 저에 대한 얘기였어요?"는 상대에게 답을 맡긴 말입니다. 세 번째 요소는 맞추는 쪽이 한 사람에게만 쏠리지 않게 합니다. 세 글자가 다른 관계에서 한쪽만 계속 맞추면, 그 사람이 먼저 지칩니다.

회의가 끝난 월요일 오후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하윤재
(메신저로) "다현 대리님, 아까 공개적으로 세게 말한 건 제가 잘못했어요. 지금 바로 얘기하자고 하진 않을게요. 목요일 오후에 30분만 시간 괜찮아요?"

주다현
(다음 날 오전) "네, 목요일 괜찮습니다."

하윤재
(목요일) "하나만 먼저 물어볼게요. 월요일 그 말, 회의 길이 얘기였어요, 아니면 저에 대한 얘기였어요?"

주다현
"회의 길이요. 과장님이 싫어서가 아니라, 매주 점심까지 밀리니까 오후 일정이 다 꼬여서요. 그걸 진지하게 말하면 분위기가 무거워질 것 같아서 농담으로 한 건데…"

주다현
"다음부턴 농담 말고 그냥 말할게요. 회의는 40분 안에 끝났으면 좋겠어요."

결과 비교

각자 상상으로 상대를 읽었을 때

윤재는 다현을 '비웃는 사람'으로, 다현은 윤재를 '나를 싫어하는 사람'으로 확신했습니다. 직구가 추격으로 이어지면서 다현은 2주 동안 회의에서 입을 닫았고, 회의 길이라는 진짜 문제는 팀장에게 가는 메일 속 협업 불만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한 글자 먼저를 썼을 때

다현이 스스로 농담 뒤에 있던 진짜 이유와 구체적인 요청을 꺼냈습니다. 윤재가 시점 하나를 양보하자 다현이 물러날 이유가 사라졌고, 상상 대신 던진 질문 하나가 '나에 대한 공격'이라는 오해를 '회의 구조의 문제'로 되돌려 놓았습니다. 다음 차례의 맞춤은 다현이 직설로 갚았습니다.

관계마다 먼저 맞출 글자가 다르다

관계 가장 자주 크게 어긋나는 글자 먼저 맞추는 법
직장 동료말하는 방식(공개 자리의 농담과 직구)공개 자리에서는 반응을 미루고 따로 묻기
연인·부부푸는 시점(밤의 추격과 침묵)빠른 쪽이 시점을 양보하고 날짜 잡기
친구듣는 초점(해결책과 공감)"어떤 쪽이 필요해?" 한 질문부터
상사와 팀원말하는 방식(지시처럼 들리는 의견)윗사람이 먼저 맞추고, 교대는 기대하지 않기

대등한 관계에서는 교대가 원칙입니다. 이번엔 내가, 다음엔 당신이 맞추는 식이죠. 하지만 위계가 있는 관계에서는 교대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팀원이 상사에게 "이번엔 과장님이 제 방식에 맞추실 차례예요"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위계가 있는 자리에서는 힘이 있는 쪽이 첫 번째 글자를 먼저, 그리고 더 자주 맞추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한 글자 먼저가 통하지 않는 순간

어떤 글자가 가장 크게 어긋났는지 모를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고르는 일 자체를 상대에게 물어도 됩니다. "제가 뭘 제일 다르게 하면 좋을까요?" 이것도 관점 얻기입니다.

질문이 심문이 될 때도 조심해야 합니다. "그 말 무슨 뜻이었어요?"를 연달아 묻거나, 이미 정한 답을 확인받으려는 질문은 관점 얻기가 아니라 추궁입니다. 질문은 하나, 그리고 답이 무엇이든 받아들일 준비가 된 질문이어야 합니다.

농담이 정말로 공격이었을 때는 이 기법의 범위를 벗어납니다. 반복적으로 사람을 깎아내리는 농담이라면, 그건 대화 방식의 차이가 아니라 존중의 문제입니다. 그때는 맞출 글자를 고를 게 아니라 선을 그어야 합니다.

연구의 범위도 짚어 둡니다. 에얄과 동료들의 실험은 주로 감정 읽기, 거짓말 탐지, 선호 예측 같은 정확도 과제를 다뤘습니다. 직장 갈등에서 질문 하나가 관계를 회복시킨다는 것을 직접 실험한 연구는 아니며, 한 글자 먼저는 그 결과를 대화 구조에 적용한 이 채널의 설계입니다.

우리는 몇 글자가 다를까

유독 자주 꼬이는 사람과 함께 진단해 보세요. 두 사람의 결과를 나란히 놓고 몇 글자가 다른지, 그중 어느 글자가 가장 크게 다른지부터 확인하면 오늘의 한 글자를 고를 수 있습니다.

APER 진단 시작하기 →

다음 주 월요일, 주간회의는 38분 만에 끝났습니다. 회의실을 나서며 다현이 말했습니다. "과장님, 오늘은 점심 제때 먹겠네요." 이번에는 아무도 그 말을 농담으로 듣지 않았고, 윤재가 제일 크게 웃었습니다.

세 글자가 다른 두 사람은 차이가 보이기라도 합니다. 그런데 거꾸로, 반응 속도 하나만 다르고 나머지는 꼭 닮은 두 사람이 오히려 더 자주 부딪친다면요. 그렇게 닮은 사람과는 왜 그 한 글자가 더 크게 느껴질까요.

참고 자료

  • Eyal, T., Steffel, M., and Epley, N. (2018). Perspective mistaking: Accurately understanding the mind of another requires getting perspective, not taking perspectiv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14(4), 547–571. 논문 정보 보기
 

애드센스 본문 상단

본문 중간 연관 글

애드센스 본문 중단

상황별 aper 진단도구

연관글 목록

팔로어